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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온건한 이이제이

휘기에 @honolulu_b

황시목에게 ‘포기’는 그다지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지만, 가끔 그는 사람을 한정으로 해 포기한 듯 그런 기운을 내비칠 때가 있었다. 일정 선을 넘어 자신의 삶에 파고들고자 하는 대상에게는 더욱. 마치 오래된 관성처럼, 시목은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소리 없이 내치고 있었다. 독신이나 비연애에 뚜렷한 의지도, 의견도 없으면서 말이다.   
“연애, 결혼, 육아, 우리도 역시 삼포세대 자진 해당이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에 퇴근을 반납한 미혼 검사들끼리 나누던 농담에 시목은 동조의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웃음의 의미는 자조적이나 결국은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런 식으로 하루 이틀 사흘 한 달을 일하다보면 일 년쯤은 아주 우습게 가버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검사니까. 그렇게 십 년, 이십 년이 가는 것도 아주 머나먼 일은 아닐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시간은 공평하고 모두에게 냉정하다. 시목은 그러니 단지 제 할 일에 시간을 더 쓰고자 연애나 기타의 것을 포기하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어차피 하지 못할 일이라면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다. 시간 낭비였으니까.
그의 그런 꾸준함에 하늘도 무심할 만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목에게는 아직 쓸 만한 운이랄게 남아 있었다. 그에 반하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여진이라는 사람은 오늘도 자꾸만 그가 지닌 미지의 영역에 자신을 집어넣어보라는 제안을 하고 있었다. 시목이 생각해보건대 그토록 인내심 강한 이가 없었다. 제 삶에 있어서 가장 인내심 강한 사람은 시목 자신이었는데, 여진은 자기를 앞지를 만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끈기 있게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고, 다소 황당하고 때론 시끄러운 방법들로 자신에게 매일 가랑비를 뿌리고 있었다.
양복이고 구두고 매일 매고 다니는 거북이 등껍질도 온통 그 비에 젖고 있었지만 시목은 잘 버텨내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믿었다. 뇌와 가슴이 절여지면 그때는 정말 끝이니까. 그렇게 믿으면서 버둥거렸다.
“어떻게 사람이 그리 딱딱해요? 머리를 써요, 머리를. 사건 해결하고 단서 쫒을 때, 계산할 때 쓰는 것처럼. 감정을 못 느끼겠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럼 감정도 느끼려고 하지 말고 차분하게 생각을 하는 거죠. 검사님 머리 좋잖아요. 내가 하는 이야기도 머리로 생각해보라니깐. 누가 처음부터 가슴으로 받아들여 달래나…….”
“나한테 그런 계획이 없다니까요.”
“에이, 계획이란 건 세우라고 있는 거잖아요.”
“허…….”
이 여자 무슨 억지야……. 속엣말을 삼키며 시목이 땀을 흘렸다. ‘전 우문현답에 도가 텄거든요.’ 맞은편에서 배싯 웃는 의기양양함에 시선을 피해버렸다.
말 그대로 뚝 떨어져 확 덮친다. 한여진은 존재 자체가 그런 격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용산서에서 일하는 지구인이 된,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진에 대한 느낌은 그만큼이나 황당할 때가 많았다. 함께 사건을 파헤치고 특임 기간 호흡을 맞추면서 좋은 점도 여럿 발견했고, 또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연애, 결혼 그런 것들은 계획이 없어요. 그 한 마디면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여진은 오히려 안심했다는 듯이 웃는다. 
“다행이네. 적어도 저 따돌리고 다른 사람하고 연애나 결혼을 하진 않겠네요.”
“따돌리긴 뭘 따돌…….”
“그러니 이제 같이 계획 세우고 하나씩 실행하면 되잖아요.”
“경감님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헐. 여진이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훅 들이미는 바람에 시목의 앞머리가 살짝 날린다. 
“대박, 대박. 그럼 저 싫어했어요?”
와, 충격이다. 제발 아니라고 해요. 일부러 과장된 몸짓과 큰 목소리로 대박과 제발을 번갈아 외치는 여진에 시목이 주변을 살피며 여진의 입을 막는다.
“아니 좋아하는데…….”
“우웁, 웁! 알았어요. 작게 말할게요.” 
그제야 시목의 손에서 벗어난 여진이 붉어진 입가를 문질렀다.
“그러면…그런 식? 어떤 식?” 
여진은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대고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갸웃댄다.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런 식은 아니다? 엇, 그럼 검사님 혹시 절…….
“사랑해요? 좋아하는 거 아니고?”
띵. 시목은 순간 이 사람이 미쳤나, 그 말 그대로 뱉을 뻔 한 걸 가까스로 참고 여진의 기세에 지지 않으려 눈가에 힘을 줬다. 여진이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장난을 쳐도 절대 넘어가지 않으리라. 눈과 입가에 힘이 풀리면 끝이다. 웃고 싶은 기분이 아닌데도 푸식거리게 만드는 재주가 여진에겐 많았으니까. 
“검사님 또 인상 쓴다. 에이, 뭐 그런 거 가지고. 장난 그만할게요. 미안해요. 응?” 
여진이 사과하며 비는 시늉을 하는데도 시목은 힘주어 꾹 참고 있었다. 그녀가 결코 쓸데없이 여유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가끔 보여주는 그 여유로운 미소가 자신의 숨통을 트여줄 때가 많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오늘만은 무방비하게 웃어버리지 않으려고 시목은 노력했다. 
종종 여진의 뜬금없는 농담이나 귀여운 몸짓에 웃어버리고 나면 풍선의 묶어둔 매듭이 풀려 푸시식 바람 빠지는 것처럼 긴장이 풀리고 뒤이어 약간의 나른함과 편안함이 뒤섞여 알 수 없는 좋은 기분이 들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웃어버리다가 그 근원지인 그녀의 입술과 볼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으니까. 그래서 더는 안 되는 것이다.
한여진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자꾸 허술한 척 하지만 그녀의 매력이 그게 다는 아니었다. 숱 많은 검은 머리가 탐스럽게 흔들리면 시목은 괜스레 손을 뻗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런 날에는 한 줌 잡아보지도 못하게 귀 아래 턱선에서 끝나는 그 단발머리에 아쉬워해야 할지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시목은 혼란스러웠다. 단정하면서도 활동에 불편함이 없을 만큼 실용적이고 동시에 개성 있는 스타일이 그녀를 더 특별해보이게 만든다는 건 패션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 시목이 봐도 알 수 있었다.
화장하지 않은 흰 얼굴, 소박하지만 강인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늘 비슷한 양장 차림의 검사들만 봐서 비교적 그렇게 느껴졌나 싶지만 분명히 다르다. 게다가 이미 여진은 시목에게 다른 이들과 상대적 비교대상이 되지 못했다. 비교할 대상이 애초에 시목에겐 없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로 들어온 사람이 한여진 외에는 없었다. 
황시목이 타인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로, 개인적인 시간에 상념에 잠기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니 여진은 바꿔 말하면 오로지 단 한사람이었다. 시목에게 이성으로서의 여지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시목은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무는 새에 여진은 다시 겁도 없이 시목의 뺨에 양손을 가져다 댄다. 검사님, 무슨 생각해요? 시목은 그 감싼 손바닥의 따뜻함에 이끌려 얼굴을 빼낼 타이밍을 놓쳤다. 오히려 볼을 잡힌 채 가만히 멈춘 시목에 여진의 손이 슬그머니 내려간다. 
“또 화났죠?”
“됐습니다. 한 경감님 참 이상하네요.” 
“이상한 게 아니고 솔직한 거죠.”
동시에 슬픈 지점이구요. 나의 솔직함이 검사님에겐 이상하게 느껴져서 자꾸 무시당하고 있다는 게.
오늘따라 묘하게 달변하는 여진에 시목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비죽대는 그 입이 귀엽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시목은 그 귀여움과 온화함과 변화하지 않는 모습에 적절히 기대며 ‘다소 특별한 동료’로서 함께 일하고, 또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지금까지 쭉.
말이 없는 시목의 손등을 두드리며 여진은 인상 좀 풀라고 재촉한다. 
“오랜만에 휴가라 그래요. 시간 생기니까 자꾸 딴 생각이 드네. 그래도  매번 쉴 때 불러내면 불러내는 대로 나와서 놀아주는 검사님도 참, 너무…….”
여진은 말을 하다 말았다. 뒷말은 끝내 이어지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챈 시목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또 차였네요. 당분간 얼굴 못 볼 것 같으니 그런 줄 아시고요.”
“…큰 사건 들어왔어요?”
“일이야 하나 해결하면 또 생기는 데, 설마 없어서 못하겠나요. 차였으니 기분 나빠서 당분간 제가 검사님 안 보려고요.” 
“기분 나쁘다는 사람은 보통 그런 얼굴은…안하지 않나요?”
시목의 질문은 상관없다는 듯 여진은 계속 생글 웃고만 있다.


“그새 머리가 자랐네요.” 
먼저 한 술 말고 있던 시목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직 연기가 펄펄 나는 순대국 뚝배기 앞에 여진이 앉는다. 한동안 정말로 그녀를 보지 못했다. 정말 안 볼 거라던 그녀의 말대로,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통상적 안부를 묻기도 뭐하고 일 얘기를 꺼내기에도 연락이 뜸했으니 알고 있는 소스가 없고. 정말 연락도 없네요, 그렇게 따지자니 그러는 자신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으니 할 말이 없고.
문득 시목은 ‘이런 사이’에 대해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좋은 점만을 취하는 사이는 결국 어떤 종류든 ‘애매한 사이’에 그친다고.
“밥 한 끼 하자는 게 별 일은 아니잖아요?” 
묻기도 전에 이렇게 먼저 말하는 여진은, 이제는 거의 요술의 경지에 다다른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시목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면서 되물었다. 많이 바빠요?
“네. 검사님보다는 덜하겠지만.” 
그다지 뼈 있는 말 같지는 않아서 시목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묵묵히 밥을 먹었다. 여진은 간간히 반찬을 뒤적이며 뉴스에서 나오는 사건을 얘기한다. 짤막한 이야기가 지나가고 다시 침묵. 숟가락이 뚝배기에 부딪치는 소리, 젓가락이 내는 얇은 쇳소리, TV 소리, 옆 테이블의 잡담들. 주변의 소음사이에서 둘은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 그러다 시목은 울리는 진동에 탁자 위 놓아둔 폰을 확인했다. 일순간 알 수 없는 표정이 얼굴 위로 지나간다.
“뭡니까……?”
“그냥 여기서 말로 하면 검사님이 안 된다고 할 것 같아서요.”
시목은 폰 액정 위 뜬 발신자 ‘한여진’에 메시지를 열지 않고 여진을 본다. 
“문자는 저 가면 읽어보세요.”
전 다 먹었어요. 갈래요. 천천히 다 드시고 가세요. 여진은 왔던 것처럼 휑하니 가버린다.


집 앞에서 여진은 언젠가의 그 때처럼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서있었다. 퇴근 후 집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여진의 문자에 시목은 긍정의 답장을 보냈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눈인사를 한 그녀가 컵을 건넨다. 조금 달달한 게 먹고 싶지 않아요? 유자차예요. 여진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는다. 빤히 보는 눈길에 시목도 떨떠름한 얼굴로 그 옆에 앉았다.
“기억해요?”
“……뭘요?”
“내가 예전에 카모마일 들고 여기 문 앞에 서있었던 거.”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카모마일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걸. 여진은 혼잣말 하듯 작게 말했다. 나는 그때 곁에 있어줄 수가 없었잖아요. 검사님은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어떤 기분인지 알 수도 없고 그저 짐작만 할 뿐이었죠. 무섭지는 않을까. 잠은 잘 수 있을까. 그때는 물어볼 수도 없었어요. 불안하냐고. 오늘은 내가 여기서 같이 있어도 되겠냐고요. 그러고 싶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나를 대신해 카모마일을 보낸 거지만.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가 가진 마음, 검사님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걱정되고, 궁금하고, 보고 싶고, 같이 웃고. 그냥 검사님 근처에서 같이 더위와 추위를 맞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인걸요.”
“저기,”
시목은 어색하게나마 무슨 말이라도 꺼낼 참이었다. 언제나처럼 여진이 혼자 말하게 두고 혼자 가버리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제지할 새도 없이 여진의 입술이 한 발 앞서 눈앞을 가린다. 순식간에 그녀의 입술은 정확히 그의 입술을 찾아 무게를 실었다. 여진은 깊게 입술을 물며 시목을 소파 끝까지 밀어붙였다. 시목의 팔은 갈 곳을 잃고 허공에서 어정쩡히 떠있다, 의도가 다분한 상대의 손놀림에 눈을 감고 혀로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제야 여진은 슬며시 웃었고, 바로 시목에게서 떨어진다.  
“취해서 저한테 뽀뽀한 거, 실수라고 미안하다했죠. 그게 지지난 달의 일이고요. 아파서 찾을 사람이 저 외엔 생각이 나지 않아 불렀다면서 제게 기대 잠드신 것은 지난 달 일이구요. 그리고 나서도 미안하다고 하셨죠? 쉬는 날에 불러서 미안하다고. 잘못한 것 같다고. 그 외에도 제가 사귀자고 할 때 마다 거절하면서도 같이 밥 먹고 얼굴 보는 건 계속 하셨고요. 이거는…사과도 안하셨네요? 아무튼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는 거겠죠.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여진은 양손을 모으고 미안하다는 듯 웃음을 짓는다.
“방금 검사님께 키스한 거, 저도 실수였어요. 미안해요.”
“저기…,”  
“이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네요. 실수였다고 하면 그냥 흘려보낼 건가요? 그렇다고 하면 저도 다시는, 정말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게요.”
여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애하자는 말은 그간 실컷 해왔으니 되었고, 조금 긴장한 듯 보이는 시목이 가엽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구석도 있었지만 그래도 차분히 돌아섰다. 시목은 잘 가라고 인사를 해야 할 지, 화났냐고 이유를 물어야 할지 안절부절하다 현관 문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뒤늦게 뻗은 양팔 안에 분명 여진의 따뜻한 등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걸 빼앗긴 기분이었다. 먼저 달라고도 한 적 없었는데.
부볐던 볼에 미지근함은 사라져간다. 시목은 짧게 한숨을 뱉으며 소파에 앉았다. 사려깊은 한여진은 분명 자신에게 생각해 볼 시간을 주려고 떠났겠지만 시목은 왠지 찜찜한 기분으로 뒷목만 쓰다듬고 있었다. 더 멀리 보내서는 안 된다. 완벽한 선택이란 어디에도 없지만 어쨌거나 실수는 한번으로 충분하다. 시목은 곧장 방으로 가 핸드폰을 들고 나왔다. 몇 마디 메시지를 작성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 경감님은 실수하지 마세요. 전 지금까지 여러 번 한 것 같지만… 기회를 줄래요? 다시 안 하게끔. 일단은 만나서 얘기만 좀 합시다.
한참 걸어가던 여진의 운동화가 계단의 턱에 걸려 멈췄다. 역 안으로 들어가려던 차 온 메시지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이고 그걸 보았다. 내용을 읽는데는 잠깐이면 되었지만 걸음은 계속 제자리를 돌고 돌았다. 같은 자리에서 몇 바퀴 원을 그리던 운동화 끝이 결심한 듯 방향을 바꾼다. 왔던 길로 돌아가는 걸음은 크고 씩씩했다. 시목이 무슨 말을 할지는 들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돌아가면 먼저 힘껏 안아줄 생각이었다. 그가 더이상 실수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녀도 더이상 실수를 연기하느라 사랑을 미룰 필요는 없을 테니까.

© 2019 by Soulmates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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